상실의 프롤로그

3부. 사랑과 상실

by 글희

환승연애 4가 릴리즈 됐다. 장기 연애 커플의 서사가 공개되니 금세 이입이 된다. 출연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아무리 비난을 해도, 전연인과 매력적인 사람들을 한 데 모아두고 동거하게 하는 포맷은 없던 진정성도 생기게 만든다. 환승연애에 푹 빠진 건 시즌 2 때부터였다. 모두가 타인의 재회를 응원하거나 비난하던 시절, 나는 조용히 내 이별을 견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안았다. 그는 여느 때보다도 나를 꽉 껴안았다. 난 잘 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등만 토닥이다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진을 지우는 거였다. 7년 간 쌓인 수천 장의 사진은 ‘:-)’ 앨범에 따로 저장되어 있었다. 앨범을 지우고, 얼굴 인식 기능으로 남아있는 그의 사진까지 모두 지웠다. 사진 한 장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기술 발전이 추억 삭제를 이렇게 효율적으로 만들 줄이야. 연이어 ‘비트윈’ 어플의 연결을 끊고 sns도 탈퇴했다.


이별 직후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내가 하는 일의 의미도 미처 깨닫기 전이었다. 이후 날 힘들게 할 모든 연결부를 미리 끊어놓은 것이다.


3200번 버스는 금세 정류장에 도착했다. 발을 내딛자마자 몸의 균형이 풀렸다. 잔뜩 긴장하던 근육이 풀린 게 아니라, 버티던 에너지가 제멋대로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서있다간 주저앉겠다 싶어 일부러 성큼성큼 걸었다. 상처가 외면당한 첫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무너지는 게 두려워 멈추지 못했다. 이후 수많은 파고를 잘못 넘나드는 프롤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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