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키우기, 저녁이 있는 삶, 제 3의 다리를 위하여

글 시작합니다!

by 홍창욱

나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이 단감농사를 지으셨는데 단감씨를 심어 묘목을 키우는 것에서 부터 단감을 저장하여 출하하기 까지의 과정을 매년 곁에서 눈으로 지켜보며 컸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일찍 돌아가시면서 평생을 일군 땅을 팔고, 의욕적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몇년전 샀던 농기구와 여러 장비들을 또 팔았을때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농업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갈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공익재단에서 일을 하다가 전혀 연고도 없는 제주에 내려오기 까지 참 사연이 많았지만 내려와서도 내가 1차산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릉외갓집'이라는 지역에서 제법 알려진 마을기업에서 혼자 고용되어 일을 하며 사업을 키우는 재미도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러 일들(예를 들면 포장이며 운반이며 여러 잡다한 일들)을 직장에서 하면서는 나의 유년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30년이 되어 다시 돌아온 농촌, 나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다시 돌아왔고 내 아이들 또한 내 영향으로 똑같은 일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나를 지난 30년간 한 뼘도 성장하지 못하게 하였구나 하는 좌절감으로 느껴질때도 있었다. 제주에 와서 '내 삶의 주인되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는데 마을기업이 커 갈수록 점점 더 해야할 일은 많아지고 나의 꿈과 직장에서의 일이 과연 함께 갈수 있을까 회의도 많이 들었다.


일한지 5년이 되어 이제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고 전망을 1차산업으로 분명히 정한지라 나는 최근에 유럽농업연수를 다녀왔다. 몇가지 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해졌는데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숲'을 만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 교육농장과 나무, 숲과 관련된 일을 배치해 보았다.


나무, 숲, 임산물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시간과 이를 구입할 자산이 필요하기에 당장에 먹고 살수 있는 일거리가 나와야 하고 그 중에 하나를 나는 벌키우기로 정했다. 그 결정에는 제일 먼저 토지가 없어도 농사를 지을수 있다는 점과 여러 사람의 협동으로서 가능하기에 초짜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도 나무와 숲, 임산물과 접해있는 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 살때부터 나는 제 3의 다리로 서는 삶을 살아왔다. 회사를 다니며 저녁에 별도의 일을 하고 또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나는 글쓰기, 또 하나는 영상촬영이었는데 본업인 회사원과 나머지 두개가 잘 연결되지 못해서 아쉽고 힘들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모두 나의 밑천이 되었던것같다.


제 3의 다리와 저녁이 있는 삶은 양립가능할까?


나는 여러 일을 동시에 많이 해보았다. 똑같은 일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전혀 다른 에너지를 내고 또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그 일이 당장 돈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내게 사람을 연결하거나 좀 더 많은 기회를 주었다. 문제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인데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며 나머지 3개의 다리가 삼립할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볼 생각이다.


우선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시간을 줄여나가고 새로 비전을 잡은 일의 시간과 노력을 높여나가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고 기존에 해오던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은 지금껏 해오듯이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나는 브런치를 통해 꿀벌을 키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이다. 개인적인 농업일지이면서도 양봉에 관심이 많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나와 같은 길을 꿈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이또한 행복한 일이 아닐까. 그리하여 이 글의 주제는 양봉이고 내가 자주 쓰게 되는 글의 카테코리는 저녁이 있는 삶, 제 3의 다리에 대한 이야기 일것이다.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란다.



아빠.jpg 초딩때 단감나무에 올라간 내 사진. 30년이 지나 내가 농촌에 되돌아올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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