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밀로 바쁜 시기
요즘 꿀을 내리느라 바쁜 시기다. 제각각 벌을 키우던 꿀농부들이 여럿이서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꿀을 내리는 과정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벌통에서 꿀이 차 있는 벌집을 꺼내고, 꺼낸 벌집에서 꿀을 내린후 다시 벌통에 넣는 과정이다.
이에 대한 작업과정은 그룹별로 혹은 농부의 스타일별로 다르겠지만 내가 견습을 하고 있는 그룹에서는 다음의 과정을 따른다.
리더 a, 리더 b : 하나의 벌통위에 마주 앉아 a는 두껑을 열어 벌들이 사납게 달려들지 않게 연기를 내뿜는다. 마른 쑥과 종이를 넣어서 연기를 만든다. 리더b는 벌집에서 벌을 털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조a, 보조b : 보조a는 리더b가 건네준 벌집에서 물을 묻힌 '솔'로 집에 붙은 벌을 떼어내는 역할을 하고 보조b는 a가 건넨 벌집을 이동용 운반기위에 차례로 올려놓고 채밀기계쪽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채밀을 하는 쪽에서도 3~4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한명은 보조b가 운반한 벌집에서 튀어나온 벌집이나 꿀등을 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또 한명은 채밀기를 직접 돌리며 꿀을 통에 받는다. 또 한명은 꿀을 빼낸 벌집을 소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소 7명이 한 팀이 되어서 이루어지는데 인원이 모자라면 몇 명의 인력을 빌리기도 한다.
보통 아침 6시부터 꿀을 내리기 시작하는데 늦어도 오전 12시 전에 일을 끝마치는 편이다. 꿀을 내리는 시기가 주로 여름 초입이다보니 덥기전에 일을 마치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꿀농부다 다른 농부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아침일찍 죽 한그릇과 반찬을 맛있게 먹고 중참으로 수박, 감자, 막걸리, 커피등을 먹고 일 마치고서는 삼겹살에 성게미역국, 나물반찬까지 먹었다. 왠지 산에 소풍온 듯해서 기분도 좋고 양봉일 하다보면 건강이 절로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닌듯 보인다.
앞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나는 현재 5명 정도의 꿀벌농부가 모인 팀에 견습을 하고 있다. 팀에 따라, 농부의 스타일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인데 내가 곧 인터뷰를 할 전업꿀농부는 부부 2명이서 이 모든 작업을 하고 있다. 채밀은 수동이 아니라 자동으로 하고 있고 벌집을 꺼내는 것또한 1명의 베테랑 농부가 혼자서 하고 있다.
전업꿀농부의 말을 빌리자면 여러명이 하면 빨리 하겠지만 수눌음이니까 5명이면 5명의 꿀 내리기를 함께 해야하고 그런만큼 자기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고 한다. 추가된 일당을 주고 그들 밥을 먹이고 하는 비용과 이동하는데 드는 기름값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양봉의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부업이면서도 여럿이서 벌을 기르는 재미, 건강을 회복하기 위함도 있기에 팀양봉또한 매력적으로 보였다. 최근에는 벌통에서 벌집을 빼내어 꿀을 원심력으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벌통 안에서 벌집의 격자를 어긋나게 하여 꿀만 분리내는 방식의 광고를 본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bMV9qYIXqM
힘들게 벌과 싸우지 않고 생수통에서 물을 받듯이 꿀을 받는 방식인데 이에 대한 논평은 곧 하겠지만 양봉의 재미를 간과한 기계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꿀을 내리는 시기 양봉장은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동네 사람들 끼리 모여서 왁자지껄하며 일을 하는데 외부에서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 연기가 피어나고 벌은 붕붕 날아다니고 꿀이 조금씩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