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창욱 May 07. 2018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농사일기3

밭이 불러서 갔다

비가 와서 못가고 출근해야해서 못가고 핑계가 생겨서 며칠 밭을 못갔다. 친구 희수가 밭을 갈아주었고 동네 오웅형님은 거름을 주었으며 그전에 서귀포 유영신멘토님은 허브 3종세트 모종을, 홍성 맹다혜쌤은 애플민트를, 천지원농장 유태영농부는 공심채와 매운아삭이고추를 주었는데.. 그전에 불란지 모임원인 추대성대표님은 내게 밭을 주었고 엊그제는 고딩친구 태형이가 유기농자재를 택배로 보냈다.


‘농사 잘 되어야 되는데’라며 부담을 갖긴 했지만 사실 오늘 새벽에 나선건 밭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대정 밭에서 우리집 서귀포까지 차로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밭이 부르는 소리를 지나칠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종과 장비를 싣고 한달음에 달려갔고 비온뒤라 장화가 폭폭 들어갔다. 담돌이 무너진 자리로 아랫밭까지 물길이 조금 났는데 사람힘으론 절대 못들겠어서 지나가는 옆동네 이장님께 물어보니 그냥 둬도 된다고.. 대신 담돌 앞의 잡초는 어쩔거냐고 물어보셨다.  


“제가 예초기로 정리할려구요”했는데 아무래도 살갈퀴 씨앗이 날릴까봐 걱정이 되셨나보다. 두번째 보는 사이지만 밭에 주차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시켰다고 하셔서 감사인사를 드렸다. 며칠전에 아랫밭 농부를 만나 인사나누기도 해서 올해 농사지으며 이 동네 사람 다 만날 기세다.


오늘 심을 모종은 허브 5종과 아열대 채소 2종이다. 한달 정도 농장 작물배치도만 그리다 완성했고 오늘은 구역만 나누려다가 힘들어하는 모종을 급하게 심었다. 파레트 조각을 망치로 분리하여 밭의 구역을 정하고 두둑을 만들었다. 음식물 발효시킨 퇴비를 밭에 뿌리고는 흙을 다시 갈아 모종을 심었다.


대략 5시간 동안 혼자 일하다보니 처음엔 배가 아팠고 시간이 가니 목이 말랐다. 바람이 불어 시원했고 음악을 들으니 참 기분이 좋았다. 


밭이 나를 부른 이유가 있구나.


엄마는 절대 농사짓지 말라고 했다. 돈을 버는게 아니라 까먹고 고생만 한다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나지만 그래도 농촌에서 나고 농부부모밑에서 자란 자산으로 여기까지 왔다. 밭이 부르는 소리가 새벽에 들리는거 보면 나도 농부가 될 자질 있는게 아닌가.


#농사 #텃밭 


4구역으로 나눴고 처음에 파레트 나무들을 분리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다혜쌤이 준 애플민트. 고맙게 뿌리내려준 아이들이 있어서 심었다.
다년생 파인애플민트를 제일 먼저 심었다. 축 처진 모습이 안스럽다.
저 씨앗을 언제 심을꼬.
여러 요긴한 장비들.
1시간 동안의 과정을 담은 동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농사일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