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오늘은 아침일찍 뽀뇨와 함께 농장으로 갔다. 트럭을 타고 농장으로 가며 뽀뇨와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일상이 참 평화롭고 안정적이어서 좋다.
날씨가 마냥 좋았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다고 한다. 눈이 뻐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미세먼지 때문이었나 싶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어제 오후 물을 준 공심채며 고추며 허브 종류들이 잘 자라고 있나 살폈다. 어제보다 흙이 덜 말라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은 동료 연극인 은주샘이 준 고수씨앗과 잘 자라는 부추, 시금치 등 봄채소를 심기로 했다. 모종을 심는 시기에 씨앗을 심어서 얼마나 자랄까 생각이 들었지만 지인들이 준 생물들이기에 더 애착이 가서 정성을 다해 심었다.
나는 평생에서 오늘 처음으로 시금치 씨앗을 보았다. 붉은 빛이 나는 삼각형 씨앗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금치 꽃을 볼 일이 없었고 시금치는 나물로 꽃을 피우기 전에 먹으니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때 무밭, 브로컬리밭에 꽃대가 올라와서 3년에 한번 꼴로 꽃을 보게 되는데 시금치는 그때 그때 해먹을려고 심는 경우가 많기에 꽃 볼 일이 없는듯하다.
오늘 심은 식물의 씨앗들은 작아서 줄뿌림을 했다. 한줄로 가지런히 뿌린 후 발아가 잘 되어 간격이 좁으면 나중에 솎아줘야 제대로 된 크기의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씨앗이 식물의 성체가 되는 효율로 보았을때 씨를 파종하는 사람의 손보다는 파종기가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엔 파종기로 한번 파종을 해봐야겠다.
줄뿌림을 한 후에는 흙으로 덮어준다. 보통 씨앗크기의 3배 정도의 흙을 덮어준다는데 씨앗이 작을 때는 그냥 흙위에 살짝 두면 된다. 그리고 우린 관정호스에서 물을 받아서 작물 위에, 씨앗 근처에 뿌려주었다.
틀두둑의 구역을 만들고 오웅형님이 준 음식물발효퇴비를 뿌린후 흙을 갈고 쇠스랑으로 흙을 부드럽게 한 후에 씨앗을 뿌린다. 오늘은 틀두둑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오후에 네트워킹 파티가 있어 일찍 밭을 나섰다. 뽀뇨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주기로 해서 홍성방에서 짜장면을 사줬다. 일도 일이지만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나는 이 농장의 하루 전체를 보고 싶은데 아침에 일찍 오거나 오후 늦게나 들려서 잠시 일을 할 뿐이다. 바다가 가까워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해는 온종일 들며 주위엔 아직까지 번잡하지는 않다. 음악을 들으며 농장을 돌보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마냥 행복하다.
#텃밭 #소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