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텃밭
며칠만에 텃밭을 찾았다. 뽀뇨와 뿌린 씨앗이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나도 궁금했고 옆밭으로 연결된 농수관이 터진건 잘 해결되었나도 궁금했다.
무상으로 빌린 텃밭이었는데 토지주가 1년만에 매물로 내어놓았다고 해서 며칠동안 우울했지만 우린 아무렇지않게 땅에 씨앗을 뿌렸고 물을 주었다.
며칠전에 비가 왔고 하늘에서 대신 물까지 뿌려주시는구나하고 쉬었는데 오늘 밭에 가보니 땅의 표면이 말라서 갈라져 있었다.
모종으로 심은 공심채며 매운아삭이고추, 허브류들이 힘들어해서 마른 잎을 따주었고 관정 담당자분께 부탁드려서 파이프 교체하느라 잠근 농수관을 열어 물을 주었다.
모종도 힘이 드는데 새싹들은 더 어렵겠다 싶어서 줄뿌림한 곳을 살펴보았는데.. 글쎄 메마른 땅을 뚫고 새생명들이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마치 어미닭이 된 마음으로 ‘줄탁동시’마냥 새싹들을 덮고 있던 흙들을 걷어내어주었다. 흙을 걷어내니 새싹들이 마치 홍해를 건너는 모세의 일행과도 같더라.
이게 생명이구나.
바싹 마른 흙의 두꺼운 껍질까지도 깨트리는 작은 생명들. 이 경이로운 순간에 나는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적환무, 부추, 청갓이 싹을 틔우는데 고수는 아직 움직임이 없었다. 아열대채소여서 그런가 아니면 발아가 되지 않는 씨앗인가 열매를 받아준 동료 은주씨에게 물어보니 고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그래서 더 기다리기로 했다.
씨앗들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바로 옆에 공벌레의 껍데기가 보였다. 생명이 싹을 틔우는 곳에 또 다른 생명은 마지막을 고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 생명과 죽음의 순간들을 어디서 배울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 순간을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
나는 배란다에서 거실에서 수많은 생명들을 죽였다. 일부러 죽인게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죽였다. 실수로 무관심으로 죽일순 있지만 알고나선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생명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