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의 변화
며칠간 제주에 비가 제법 많이왔다. 비오기전에 급하게 모종을 심고 씨를 뿌렸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식물은 살아남았을까, 땅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궁금해 밭으로 달려갔다. 아침엔 분명히 바람불고 날이 안좋았는데 사무실에서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고 오후늦게 밭에 갔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해가 쨍쨍 나있었다.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연장을 챙겼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 두둑들을 둘러보는데 여기저기 새똥이 많았다.
‘새들이 우리 밭에서 잔치를 했나’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한편으로 새똥을 치우려니 짜증이 나다가도 이것도 거름이다 싶어 땅에 잘 묻어주었다.
며칠전 심은 고추는 생생하게 잘 살아남았다. 죽은 큰방가지똥 가지와 양파망으로 급조해 만든 지지대가 역할을 해낼 줄이야. 근데 가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잎뒷쪽에 흙이 잔뜩 묻어 있고 줄기도 힘이 없어보여 임시 지지대로 다시 세워주었다.
‘이 애플민트들을 어이할꼬’
민트들이 꼿꼿하게 서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흙이 튀어서 맨아랫쪽 잎이 흙에 파묻히거나 잎뒤에 흙이 가득했다. 일일이 잎을 제거해 주었다.
비가 어찌나 내렸는지 두둑경계가 희미해져서 다시 경계에 골을 내주고 며칠간 힘들어한 식물들을 위해 퇴비를 흙과 섞어 뿌려주었다. 마치 집에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마음으로..
처음에 심었던 허브류는 뿌리와 줄기채 심어서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변화가 있었다. 근데 제일 처음 모종으로 심었던 공심채와 매운아삭이고추는 물을 제때 주지 않아서인지 마르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공심채 씨앗을 공심채 모종을 심은 두둑에 다시 심었다.
나팔꽃 씨앗처럼 제법 씨앗이 컸고 한 구멍에 세 알을 넣어서 잘 덮어주었다. 설명서엔 여름에 잘 자라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는데 우리 밭에 심는 것보다 물이 흥근하게 있는 물가 혹은 농수로 근방은 어떨까 싶었다. 어찌되었든
‘공심채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
얼추 보니 밭의 1/4은 두둑을 만든것같다. 농장운영계획에 따르면 4계절밭을 만들고 돌려짓기를 할 생각이기에 2/5는 휴경상태에 있다. 휴경지는 비닐멀칭을 할 생각인데 아직 손을 안대고 있다.
두둑을 몇개 더 만들고 봄,여름 작물을 더 심고 나머지 1/5은 호박,고구마,콩 두둑을 만들 생각이다.
300평밭에 참 여러가지 심을 예정인데 농사가 잘 될지 모르겠다. 농사를 한번도 지어본적 없지만 인류의 몸속엔 농사DNA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 믿음이 굳건해 진다면 나는 영농규모를 조금씩 늘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