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삶에서 좋은 대사를 만났을 때
'사실 우리가 다 아파, 엄마.
뒤늦게 자라는 중이라.'
드라마 속 대사. 어쩜 그리 확 와 닿던지.
멍 때리는 삶에서 좋은 대사를 만났을 때, 그제야 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심장이 저리고, 마음이 버겁고, 뇌가 뜨거워지는..... '살아있다'는 무거움은 늘 이렇듯 예고 없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휘저어 놓고 썩소를 날리며 유유히 멀어져간다.
'살아있음'이 떠난 자리. 모든 것이 헝클어져 극도로 허기지고 허무해진 나는 그럼에도 내가 잘 살아있음을 느끼고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세상에 불만은 많지만 그걸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나.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재는 것도 많아 결국 야무지게 해내지 못하는 나. 잘 살고 싶고 또 잘 사는 척도 하지만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심지어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는 나.
드라마 속 대사처럼 난 아픈가 보다.
아직 덜 자랐나 보다.
뒤늦게 자라느라 더 아픈가 보다.
..................... 뭐,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