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심에 사는 이들 중 많은 이가 자연과 벗 하며 살고파 하지.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곳에 살겠다고 다짐을 한때가, 아마 군을 제대하고
직업을 가진 직후였을 거야.
아들 하나를 낳았고 동두천이라는 생소한곳에 와서 가전제품대리점을 했지
그 당시만 해도 이 대리점이 제일 끝 대리점이었어.
북쪽 끝이라는 얘기야.
그 덕에 이곳부터 최전방까지가 우리 상권이지
민간인 통제 구역까지 모두 우리 고객이야.
T V 냉장고를 배달하다 보니 북쪽의 모든 곳을 알게 되었고
내가 정착하여 살고픈 아름다운 곳들을 발견하곤 했지.
그러던 중 산골에서 살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을 선택한 거야.
예전엔 산골에 가려면 높은 고개를 넘어가야 했어
길이 좁고 험해, 턱거리 고개라는 명칭이 붙은 정도야.
집옆에 실개천이 흘러.
몇 년에 한 번 정도 심한 가뭄엔 물이 마르기도 하지만
항상 깨끗한 물이 흘러
돌로 물을 막아 아이들의 임시 풀장을 만들어 주면
실내 풀장보다 훨씬 좋아.
왜냐면.... 우선 아이들의 얼굴을 검게 태우는 태양이 있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어울리는 산새들의 노래.
우리 풀장엔 송사리도 있고,
물텀벙에 지치면 밤나무그늘 아래에 대자로 누어
저 흘러가는 구름들도 마음대로 볼 수 있잖아
그 하늘이 얼마나 크고 맑고 멋진 줄 알아!
그건 경이로움 자체야
자연의 멋 바로 그거야.
언제나 새로운 영상을 선사하고 있어.
몇 년 전 라스베가스엘 갔었어
시저스 파레스라는 꽤 큰 호텔에 쇼핑몰이 있는데
그위 천정을 모두 유리로 덮고 하늘을 그린 거야.
태양이 비치면서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와
주로 구름을 그린 것이지,
처음엔 "좋다"라고 느꼈으나
조금 후 우리나라 우리 집 하늘과는 비교가 되질 않음을 느껴
그런 자연 풀장이야.
헌데 비 한번 오면 다시 보수작업은 해야 하지 ㅎㅎ
그리고 풀잎에 누울 땐 밤송이 있나 확인은 해야 해 그거 엄청 따가워....
15년 전쯤 9월경이었어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굵어져, 개울가를 가보니 물이 많아
흙탕물이 제법 힘차게 흘러, 실개천을 꽉 차게 흘러
꼬맹이용 풀장은 보이지도 않고.
출근을 했지.
도로에 물이 차기 시작해, 하수구로 미처 빠지지 못할 정도 많이 오나 봐.
산골이 걱정되어 전화를 했는데 심한 잡음만 들려
고장신고를 하니 그쪽이 모두 먹통이 되었다나!
집으로 달렸지. 걱정이 되더군
턱거리고개를 넘어 큰 다리밑을 보니 시뻘건 물이 파도를 치며 흘러
큰 다리도 작아 보이고 위태로움을 느낄 정돈데,
작은 다리하나를 더 건너야 산골 우리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작은 다리는 벌써 물이 넘쳐,
뽑힌 나무들이 다리의 다리(?) 교각 사이에 걸려 물이 넘치는 거야
지금 넘어가지 못하면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
비는 계속 쏟아 부어대고 있거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야.
난 지금이 다리를 넘어야 해.
산골의 집이 어찌 되었을 것 같아
집 사람과 아이들과 그리고 내 사랑하는 동물들이 날 필요로 하고 있단 말이야.
이젠 다리의 난간에도 나무들이 걸려 개울물이 폭포처럼 다리 위를 때리고 있는 거야.
다리 건너 저쪽에 버스가 멈춰 서있어
버스 한 데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다리인데
버스 운전기사 역시 자신이 없었던 거야.
그때 번쩍 이런 생각이 나더군
버스가 지나오고 나서 내가 갈 때쯤이면 아예 갈 수 없을 정도로 변할 것 같아.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악세레다를 밟았지.
내 픽업 차위로 개울물을 쏟아붓더군
화물칸에도 마찬가지지.
물에 휩쓸려 버리면 끝야, 개울에 빠져 흘러가게 되는 거야.
순식간이지
넘어왔어 다리를 건넌 거야.
버스에 탄 동네 사람들이 박수를 치더군.
그곳부터는 비포장 도로인데 엉망이지만
목숨을 걸고 다리를 건넌 나에겐 장애가 되지 않더군
집 입구 100M를 남기곤 더 갈 수 없어
논의 물이 넘쳐 입구 도로를 파 해쳐 더 갈 수가 없어.
차를 길가에 세우고 논두렁을 따라 어렵게 어렵게 집에 도달했지.
공포에 질린 집사람의 반가운 표정만 확인하고
개울가에 갔지
실개천이, 폭이 5M 정도인 개천이 30M는 될 정도로 커졌고 산더미 같은 물이 흘러
어디서 저렇게 큰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는지 개울을 훌트면서 굴러 내려오는 거야.
그 나무가 내려오다가 우리 밤나무에 걸려, 그리곤 다시 다른 나무가 그 나무에 걸리고 또 걸려
그러면 물이 넘쳐 옆 밭으로 논으로 흘러,
그리곤 밤나무가 우찌직 부러져
어떤 나무는 뿌리째 뽑혀
갇혔던 물이 순식간에 빠지면서 논 밭의 형태가 없어져
와! 무서워 무서워, 천지 개벽이야.
옆에 온 집사람도 넋이 나갔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공포는 두 사람이 나누어도 반으로 줄지 않아.
트럭만 한 바위가 굴러내려
땅이 흔들려 우당탕 우당탕
내려오다 걸렸어 바위가 구르질 않아
그러니 개울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
해바라기와 옥수수심은 곳이 개천으로 바로 변하는 거야.
순간이야
개울옆의 아카시아 나무
마지막으로 버텨
기우뚱하면서 도 아직은 버티고 서있어
한쪽 뿌리는 완전히 뽑혔으나 다른 쪽으로 버티는 거야.
이곳에 처음이사 왔을 때
두 구루 아카시아 나무 사이에 그물 침대를 묶어 놓았지.
5월경 이면 아카시아꽃향이 무척 강해
그물 침대에 누워 있으면 꿀 따라온 벌들의 윙윙 거리는 소리
자갈 자갈 대는 시냇물 소리 따스한 햇볕 그리고 그 아카시아 향에 잠들고 말아.
내 제일 좋아하던 자리였어 한 권의 책 만 있으면 온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달콤한 내 공간이었는데.
그 그물침대와 나무가 넘어가고 있어
기우뚱기우뚱 아.......
넘어가..... 아.
넘어갔어 그 큰 놈이... 커다란 뿌리와 같이 기우뚱하더니 말이야.
이젠 그물 침대가 그를 붙잡고 있어
넘어가지 말라고 버티고 있어 끊어 질듯 팽팽히....
또 하나의 아카시아에 도움을 받으며 버티곤 있지만.
그도 형편없이 끊어 지고 말아..
잠시 후엔 짝꿍도 그를 따라가고 말았어 근처의 나무들 모두 같이....
눈물이 글썽거리는 나를 집사람이 당기더군
이젠 그만 돌아가자고
집 위로 와보니 우리 집은 완전히 물로 포위돼있어
논사이로 커다란 개울이 형성되어
삼각지처럼 남은 곳에 우리 집이 있는 거야
도망갈 길조차 없어
우리의 처지를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되더군
더 많은 비가 와 우리 집을 쓸어 간다면
그땐 우리도 같이 가자
조용히 기다리자.
키우고 있는 동물들은 제각각 피신처를 가지고 있어
개울가에 있던 칠면조들은 돼지우리에 들어가고
토종닭들은 부엌으로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산양은 자신은 비를 맞아도 새끼는 졌지 않도록
꼭 끼워 안고
어둑어둑하여 들어왔어
다행히 우리 집은 개울보다는 높은 곳에 있어 아직은 안심이지만
번쩍번쩍 우당탕 하는 소리는 계속이야.
가끔 엄청 큰 바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제일 무서웠어
집이 흔들거릴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올여름 매미가 경상도를 휩쓸었을 때
통영에 계시는 친지 한분께서
하신 말씀
"김 사장님 내 세상 살면서 이렇게 무서웠던 건 처음이었어요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나약 한지도요"
맞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집 사람은 기도를 하더군
비를 그치게 해 달라는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안위를..
전기는 언제 나간 지도 모르고
깜깜한 밤
줄기찬 빗소리는 그칠 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동화책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날이 새기를 기다렸지.
우리 네 식구는 서로서로 끼어 안고 잠이 들었나 봐
시끄럽던 빗소리가 안 들려
무엇이든 다 잡아먹을듯한 급류소리도 들리질 않아.
밖이 훤해져 오고 있어.
팔다리가 저려와.
밖엘 나갔어 하늘이 파래
비가 억수로 는커녕 한 방울도 안 온 듯 새파래
개울가에 가보니 옥수가 흘러 물이 그리 맑을 수가 없어
예전의 개울은 없어지고 새로운 멋진 개울이 그곳에 있는 거야.
오리 한 마리가 재미있게 물장난을 하고 있고
보지도 못한 집채만 한 잘생긴 바위가 한껏 모양을 내고 있고
이게 천지 창조인가 봐.
개울 위쪽으로 올라가 보니 그곳은 개울 폭이 100M는 됨직해 어마어마한 강으로 변한 거야
그리고 그강위엔 잠자리 때가 날고 있는 거야
수 십 마리 수백 마리고 넘어 장관이야
어찌 저리 아름다운 연출인가?
그 빗속 중에는 어딜 갔었는지 잘도 피해 있었어
무엇이 변한 것일까?
하늘도 저 잠자리도
넓어진 개울 그 옆엔 다시 잡풀들이 태어날 게고
개울은 다시 좁아질 게고......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은 단 한 마리도 변함이 없으나
어제 용감히 건넜던 다리는 떠내려가고 없고 버스는 아직도 그 자리에.
많은 이들이 상하고 수해를 당하고
전에는 비가 와 개울이 조금만 변해도 이런저런 손질을 했으나 그냥 두기로 했어
지금 상태 그래도 두면 수해가 날일이 없을 것 같아
떠내려간 다리는 폭우에 물이 불어날 때 물 흐름을 방해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산양이 나와 풀을 뜯고 있어.
며칠 계속 내린 비 때문인지 풀도 많이 자랐어
오늘은 젖을 짜 우리 식구들 산양우유 파티를 열어볼까!
우리 동네엔 우유를 파는 곳이 없어 가계집이 있긴 한데 냉장고가 없어 (옛날에)
아이들 우유주기 위해 산양을 키웠어
얼마 전 새끼를 낳았는데
이 녀석 천방지축이야
뿔이 날 때가 되어 근질근질한가 봐
지 에미를 를 들이받다가
자고 있는 세인트 버나드라는 큰 개의 머리를 냅다 받고는 에미 품으로 도망가는 놈이야.
새끼들은 어떤 동물이건 다 예쁘지만 이 녀석 은 인형이야
바짝 선 꼬리 및에 똥꼬가 있어 그곳에서 토끼똥 같은 걸 몇 알 싸놓곤 뒷발로 그걸
치운다고 뒷발질을 하다 넘어져 어찌나 힘껏 뒷발질을 하는지 어떤 땐 넘어질 때
머리부터 땅에 떨어질 때도 있단다. 그러면 얼른 일어나 정신 차린다고 머리를 흔드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다고 ㅎㅎㅎ
어제 무서웠던 건 다 잊어버리고 녀석 재롱에 출근 시간 잊고 있나 봐
헌데 나 출근 못 해 다리가 다 떠내려가 갈 수가 없어
개울물이 줄기 전까진 나 완전 해방이야
이번엔 어느 나무에 그물 침대를 걸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