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복어 Sep 26. 2021

상처를 가진 사람이 나뿐은 아니잖아.

그런데 왜어느 사람은우울증,어느 사람은멀쩡한 거야?

우울증 진단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정폭력' 이 먼저 떠올랐다. 

집안에 폭력이 있음을 인지 하지 못했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폭력과 싸우던 청소년기, 모든 걸 포기하고 우울해하던 20대의 나. 우울증에 원인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것이겠지? 그렇게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도 말했듯 난 '멀쩡하다' 소리를 듣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는데, 결과가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 훗날 똑같은 피해를 받은 엄마와 동생도 정신의학과 검사를 받고, 결과는 '정상'이었다. 



내가 원했던 결과를 받은 그들은 아주 의기양양하고, 한편으로는 안심하는 듯도 보였다. 


"왜 나만?????"


어처구니가 없고, 어이가 없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이 일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나누었을 때, 나의 직업적 성향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작가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남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감성적인 사람인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이런 상황에 대한 이유를 붙였다. "난 생각이 많고, 저들(엄마와 동생)은 생각이 없는 게야"라고 말이다. 참 우스운 이유다. 나보다 그들이 생각이 없는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굳이 차이점을 든다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떠올리는 나의 특이성에 대해선 인정해야 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약간의 우울감을 가지거나 사회의 비판성에 대해 떠올려 자신만의 생각을 작품에 반영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만큼 한 가지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그걸 무언가로 만들어낸다. 행복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약간은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는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 주변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내 경우에는 그런 비판적 시선이 들어간 힙합 장르의 음악도 아주 좋아하고, 그러한 문학 작품도 좋아한다. 그래, 여기까지 생각을 해보면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은 무어란 말인가. 결국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걸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니 나는 별 수 없는 작가적 성향을 가진 모양이다. 





우울증에는 원인이 없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원인을 찾던 내가 치료 중간에 들은 말이었다. 원인이 없는데 왜 우울하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세상 사람 다들 상처를 안고, 상처에는 원인이 있고, 나름대로의 경험에 의한 결괏값이다. 작가가 될 것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될 것을 그랬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다만 그게 '인간'이라는 결과를 내린다면 한 80퍼센트 정도는 이해가 된다. 인간은 정말 알 수가 없으니까. 미지의 세계로 보내버리면 대충 이유는 될 것 같다. 마치 인간의 비이상적 행동들을 신화적 이야기로 만들어 버린 고대시절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에 대한 집중적인 이야기는 훗날 하기로 하자. 결국 나는 스스로와 합의를 봤다. 내가 우울증인 것은 내가 정말 나약해서 일 수도 있고, 백번 양보해서 감성적인 예술가 성향을 띄고 있을 수도 있고, 뭐 그냥 여러 가지 이유는 갖다 붙이면 붙이는 대로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것은 역시나 정신의학과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의 육체에 문제가 생겨 암이나 뇌종양이나 신경 세포에 문제가 생기는 여러 질환들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한 병들이 사람들이 나약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쉬워졌다. 내가 남들보다 아픈 것은 '그냥'이다. 


나는 '그냥' 우울증에 걸려버린 사람이라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남들보다 더하고 덜한 상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지는 오래되었다. "어떻게 멀쩡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냥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전념했다. 전념한다는 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 꾸준히 약을 먹고 병원에 내원한다는 사실이 전부다. 나의 경우 별다른 부작용도 없었다. 약을 먹고 난 뒤 구토 증세가 있다거나, 하루 종일 잠에 빠진다거나, 일상생활을 못하게 하는 경우에 대해 숱하게 들어 각오를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나에겐 그런 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 살짝 졸린감은 있었지만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루 종일 청소에 전념했다는 것이 내 부작용의 전부였다. 부작용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약에 대한 반응에 대한 건 다음 편에 이어 설명해 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우울증이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