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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pr 10. 2024

그는 현대사회를 더 바쁘게 살고 있는 프로N잡러

통상 친해지기 어려운 직업으로 기자를 꼽는다. 홍보실 언론 파트를 맡을 무렵이었다. 원주 본원 기자실에 그녀가 찾아왔다. 그녀는 회사 최고위과정을 하고 있었다. 단순 보도가 아닌 학습으로 더 다지는 분이구나 싶었다. 첫 대면, 눈 인사만 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무장을 하던 때였기에.


"안녕하세요. 히트뉴스의 OO이에요..."


뱃속에 울림통을 장착한 듯 한 청량한 음성. 그녀는 낯가림이 가림막인 내 등을 토닥이듯 말을 건넸다. 그렇게 첫 발 뗐다. 누가 고객인지 모르게 관계는 영글어 갔다. 서글서글한 이목구비와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무임승차 할 수 있었다. 실은 전문의약계 매체인 데다 팀장직이라 날카로움을 상상했었다. 날카로움은 정작 내게 해당되는 얘기.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 업무가 떠오를 수도 있고, 사건사고 해프닝이 생각날 수도 있다. 원주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던 날. 그녀의 어깨가 떠올랐고, 좋아하는 음식이 떠올랐고, 학교생활 하는 아이가 떠올랐고, 어머니 활동무대가 떠올랐고, 사업하는 친구가 떠올랐고, 상사와 후배 기자들이 덩달아 떠올랐다. 삶을 주고 받았었구나.      


직장은 책임과 의무의 '나'다. 취미는 '나다운 나'다. 그래서 몸 쓰고 글 쓰는 일에 인기척 해 준 이들이 두고두고 고맙다. 나이나 직책, 이해관계 따윈 개입할 여지가 없다. 시인 류시화도 그랬다. 나를 나답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고.


바쁘고 싶은 욕구가 꽃봉오리처럼 터졌다. 이동 중에 블로그를 채우던 나였는데 간만에 새벽 불 밑 책상과 마주했다. 이 기운으로 투표도 마쳤다. 이제 '스포츠의학' 현장 길에 나선다(8시간 수업, 24시간째 수료 중). 어차피 수요일은 8시간 일하는 날.


피는 물보다 진하다. 글은 말보다 진하다.

나를 움직이게 한 글로 하루도 진국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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