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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다이어트 길이 아닌 나를 찾는 길

by 푸시퀸 이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는 오래된 약장수 멘트가 내게 벌어졌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체중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사상 최대치 무게를 찍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레깅스 허리둘레 상 2kg 정도 찐 듯 했으나 돌아와서는 4kg을 넘어섰다.


40일 간의 기적은 무슨 한 맺힌 사람처럼 먹어 댄 탄수화물에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황금들판처럼 스페인 빵 맛도 사람을 황홀하게 했다. 밀가루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 밀 맛 제대로 물들고서 비교한답시고 바게트와 호밀, 통밀빵을 비롯해 옥수수와 밤까지 먹어댔다. 섬유질과 단백질 자리는 탄수화물에게 뺏겨 돌아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살이 쪽 빠진다'


는 말은 모든 인간의 권리가 아니었다. 그 오해와 진실을 보기 좋게 깼다. 가뜩이나 감정 선에서도 공감의 보편성이 떨어지는데 몸까지 독특했다. 순례길에서는 하루 20-30km에 대한 보상 심리를 어느 정도 받아줬는데 하는 거 없이 먹기만 하니 몸은 거침없이 팅팅 불었다. 그래도 <연금술사>의 파울로코엘료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190p)



아들과 필라테스를 하러 가다가 아들이 찍은 뒤태에 나도 놀랐다



20-30km를 걷진 않지만 걸으면서 생긴 인내심 역치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2주 후, 한 달 후 몸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4,4kg(54.1 -> 49.7) 감량했다. 세 가지에 집중했다.


급찐 3주 경과 후



1. 과속 금지

식사는 30분 이상 했다. 꼭꼭 씹어 넘기니 대략 서른 번은 씹더라. 이시형 박사가 그리 강조 하던 횟수. 소화효소 분비가 잘 되어 체내 흡수도 좋고 포만감 유지로 더 먹는 걸 방지 했다.


2. 과식 금지

하루 20-30km 걸을 때 먹던 수 천 칼로리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처음에는 어지러웠지만 몸은 금세 지난 과거를 상기시켰다. 연골 안전을 위해 세 끼는 먹되, 12시간이상 금식은 유지했다.


3. 삼합 의식

하루 세 시간 '근력+유산소+유연성' 운동으로 삼합 메뉴 실천했다. 매사 매순간 근육에 초집중 해 생활 했다. 심지어 양말도 발가락양말로 바꾸어 한 다리 중둔근과 복근을 이용해 레깅스와 바지까지 연이어 입었다.



살을 덜어내 날씬해진 것보다 기쁜 건

삶을 덜더내는 절제를 얻은 것이다.


다이어트 기술은 인고의 기술이었다.

순례길은 역시 자신을 찾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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