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침표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그곳의 거대한 자연 치마폭에 다시 한번 폭 안겨 있는 기분이었다. 문장 위 순례길을 손이 걷는 동안 샌드위치를 내내 달고 살았다. 스페인의 샌드위치인 ‘보카디요’ 맛은 혀끝을 떠나지 않았다.
퇴근 후 뜨거운 샤워 물줄기가 등줄기를 타고 내려갈 때면, 길 위에서 겪었던 그 지독한 뻐근함을 에워싸던 위로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길 위 마지막 5km,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다독인 건 성시경의 노래였다.
퇴근길 그의 음색을 다시 꺼내어 듣는다. 소리는 여전히 시공간의 경계를 가볍게 타넘는다. 그의 노래를 듣던 시절의 나, 심평원 신규 때와 간호사 신입 때, 그리고 대학교 입학 당시의 절친을 다시 만났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게 한 건, 결국 먼지 같은 나를 기꺼이 품어준 사람과 자연, 물과 음악, 그리고 글이었다.
방황과 슬픔, 낙담이 불쑥 찾아와도 끝내 살아가게 만드는 것. 그건 박노해 시인이 말했듯 ‘힘’이 아니라 ‘품’이었다. 안간'힘'으로 주먹 불끈 쥔 성취가 아니라, 두 주먹 풀어 힘을 스르르 뺐을 때 나를 감싸주는 그 느낌. 그게 바로 행복이란 걸, 그 힘으로 살아간다는 걸 산티아고 길을 걷고 글을 쓰며 뼈저리게 느꼈다.
나를 품어주는 무언가가, 그리고 내가 품어야 할 누군가가 여전히 곁에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