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마나한 생각을 하는 건 내 집이 없어서겠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어젯밤도 아이들을 재우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큰아이는 내 담당 작은아이는 최 차장 담당이다.
우리는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기 일 수였다.
그러고 나서 밤에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즉 육퇴 후
즐기는 짜릿한 맥주 타임도 자연스레 줄었다.
큰아이 책을 읽어주다가 졸면서,
아이 얼굴에 책을 떨어트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해진 권 수(5권)를 다 읽고 나면 또 어김없이 아이 홀로 쏟아지는 수다 시간이 30분 정도 된다.
아이가 유난히 말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조잘조잘~ 듣고 있자니, 나에게는 자장가가 따로 없다.
부엌에 할 일이 잔뜩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잠이 든 것 치고는 꽤 오래 잤다.
그래도 부지런히 새벽에 눈 뜨면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 정리, 옷방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 정리,
먹다가 남긴 음식들이 널려 있는 부엌 식탁 정리,
머리카락이 바닥에 흥건한 욕실 정리,
작은 아이와 최 차장이 자고 있어서 정리 못 한
빨래가 있는… 더 이상 안방 같지 않은 우리 안방,
큰아이와 내가 함께 자는 큰방, 캠핑용품과 작은 아이 기저귀가 쌓여 있는 창고 방.
나는 그렇게 강남에 방 네 개 화장실 하나인 집에서 산다. 친구들은 강북에서 강남 가서 산다고,
출세했다고 했다. 이 집은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은 몹시 추우며 바람에 부엌 창문이 덜컹 인다.
영화, 드라마에 (사운드) 음향 효과음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덜컹 이는 소리가 리얼하고, 시끄럽다.
베란다 창문 설계도 잘못된 이 집은 환기도 잘 안되고, 화장실 변기가 자주 막히고,
자주 꺼졌다 커졌다 하는 보일러도 있다.
세입자는 이 모든 걸 그렇게 묵묵히 감수한다.
집주인이 언제 관리비를 올릴지. 언제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할지 언제 전세를 월세로 전향할지 몰라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집주인은 우리 아래 아래층 2층에 살고 있다.
우리는 결혼 후 두 번의 전세 재계약을 했다.
그때마다 집주인은 법적 상한하에 한해 전세금을
부지런히 올려 받았다. 그러나 이미 4년이 넘은
전셋집이었다. 그렇다면 법적 상한인 5%의 제한에서 이미 벗어난다. 얼마를 올려 받아도 이상 할 것 없다.
그게 싫으면 세입자는 재계약 없이 그냥 나가면 된다.
최 차장은 이 집에서 나랑 결혼 전부터 살고 있었으니까. 4년은 이미 훌쩍 넘었었다.
강남에 넓은 거실에다 방이 무려 네 개다.
창문이 조금 덜컹거리지만.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불편함은 없다.
환기가 잘되지 않아도, 넓은 거실에 공기청정기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상가 빌라 건물이라 1층이 시끄러워도,
건물내 오고 가는 손님으로 주차가 조금 번거로워도,
1층 수선집에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해도
나는 불편함이 없다. 심지어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
불편이 있어도 잘 불평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게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천장이 높고,
거실과 주방이 넓어서 좋았던 이 집에서
최 차장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이미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2번이나 낙방했다.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우리 형편에 불가능하다.
이미 공공임대 주택도 이 집보다 작은 평수를 도전했었지만., 떨어진 바 있다.
작은 곳으로 가도 문제(맥시멀 리스트) 큰 집으로
가면 더 큰 문제다. (늘어나는 은행 빚)
아이 둘에 외벌이, 벌이가 너무 많아도 공공임대는
들어가기에 불가능하다.
아이 둘에 한창 돈 벌 40대인데 재산 증식이 발각되면,퇴출! 그러면 차명 계좌로 빼돌리면 되나?
성격상 불법적인 건 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벌어진다고, 갑자기 형편이 주름 펴지듯 쫙 펴지는 것도 아니고., 야속하다.
이사 걱정 없고, 전세 폭등 리스크는 없지만.,
돈도 벌지 못하고, 발목 묶이는 현실이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된 것도 아닌데 하나 마나한 생각을 매일 하는 건 내 집이 없어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