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지만, 개망초는

이별을 이 별로 (2)

by 이주형

하지만, 개망초는

- 이별을 이 별로 (2) -


1


문득 지나는 사람에게서

당신이 읽힙니다


잠시 접어 두었던 시집 속

개망초는 아직 박제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지나갔지만

펼쳐진 페이지를 좀처럼

덮지 못하는 건

우리 이야기를 기억하는

개망초가 시간 속에서 계속

물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


혼자일지도 모를 길에서

단풍 들지 못한 페이지가

먼지처럼 날립니다

차라리 바람에 그냥 다

날아갔으면 했습니다


그 어떤 잎도 피질 않길

바싹 마른 잎처럼

개망초가 기억하는

우리의 어제가 모두

부서졌으면 했습니다


3


하지만, 개망초는

우리가 함께 한 길마다

더 큰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벌들은 어제의 시간 안에서

오늘과 내일을 수정하느라

야단입니다, 길은 시집 속

개망초와 자리 바꿈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박제조차

거부당한 나만 지난 길 위에서

바람에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