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8) 파도도 어쩌지 못하는 이름 하나

- 바닷가 주인 잃은 이름 -

by 이주형

파도도 어쩌지 못하는 이름 하나

- 바닷가 주인 잃은 이름 -


봄 백사장 한가운데 핀

주인 잃은 이름 하나


파도가 흰 이빨을 드러내며

수없이 뜯어먹었을 법도 한데

그 몸 온전히 지켜낸 이름 하나


누군가에게 쉼 없이

불렸을 그 이름

누군가에게 시리도록

아름다웠을 그 이름

누군가에게 마음 깊이

고이 깃들였을 그 이름

이젠 바람만이 툭

건드리고 가는 그 이름


길 가까이라도 적어 주었으면

외로움이나 덜 하지

파도 가까이라도 적어 주었으면

그리움이나 덜 하지

왜 하필 백사장 한가운데 적어 놓아

매일 야위게 만드나


다음 봄이 되어도

꽃 피지 못할 이름이여

열매는 꿈도 꾸지 못할

이름이여

유기된 그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