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선화 기도

꽃 인사 2

by 이주형

수선화 기도
- 꽃 인사 2 -

봄에는 꽃 아닌 길이 없듯
봄에는 길 아닌 꽃이 없습니다

겨울을 건너는 저마다의 길이

있음을 아는 봄꽃들은 자기만의

발자국을 남기지 않습니다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되기보다
길을 여는 마음이 보여 더 큰 길이

됨을 아는 봄꽃들은 지나온 길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거울에 갇힌 운명을
화석처럼 안고 사는 수선화는

자기에게로 향하는 길을 지우고
겨우내 등대를 짓습니다

자기를 비추는 등대는 자기를

멀게 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수선화는 고개숙이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더 이상 거울에 비친 모습에
마음이 멀지 않기 위해 수선화는

오늘도 시간의 계단 위에서 고개를

접어 자기에게로 가는 길을 지우고
등댓불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