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0) 12월 참꽃

바람이 묻다

by 이주형

12월 참꽃

- 바람이 묻다 -


원효암에 갔었습니다

12월은 모든 것을 앙상하게 만들었지만

떨어지는 것들을 맨몸으로 받아낸

길만은 풍성하였습니다


오르는 길에

12월에 핀 참꽃을 보았습니다

늦게 핀 건지

너무 일찍 핀 건지

그러다 늦고 이름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롭기는 힘들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 찬란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쓸쓸할까요

그걸 용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걸 무모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바람뿐인,

새소리뿐인 암자에

당신의 이름을 홀로 두고 내려오다

나를 보고 있는 참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비탈에 서서 나를 보는 참꽃과

평지를 걸으며 그를 보는 나

그 중에서 누가 더 위태로운지

바람은 나에게 물었습니다


참꽃은 상기된 얼굴로 물었습니다

꽃 처음 보냐고

12월에 핀 게 그렇게 이상하냐고

왜 그렇게 다들 극성이냐고


늦은 것들에 대해서는

다 그렇게 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