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2) 맨발 시나리오
진실한 숨을 찾아서
(시 112) 맨발 시나리오
- 진실한 숨을 찾아서 -
신을 벗는다는 것은
신에 길든 발이 가진
대본 어디에도 없었다
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발에 금이 가는 소리를
숨기고 산 시간 속에서
신발 끈의 긴장은 늘 짱짱했다
발이 쓰는 이야기만 믿으라는
신의 우격다짐에 길이 구겨지는 소리는
먼지처럼 날렸고, 숨은 목구멍 근처에서
서성이는 때가 늘었다
숨이 말이 되지 못한 어느 가을
신이 밟고 있는 건 길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그 짱짱한 신발끈을
풀고서야 알았다
신발 끈을 푸는 손의 떨림에
얼음이 몸을 푸는 것처럼
발에 난 금 사이로 말이 자랐다
신과 발의 결별, 길과 발의 만남
숨을 얻은 말이 신 안에서 구겨진
길의 새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