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느낌일기3)

2023.2.10

by 이주형

느낌 일기


자리가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말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하나 남김없이 쏟아부었습니다. 심지어 가족의 시간까지도 모조리 빼앗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족의 동의도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들의 시간과 마음을 착취하였습니다.

때론 없는 시간은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힘들어도 즐거웠습니다. 힘들어도 힘이 났습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지만, 그 말에도 힘을 냈습니다.


7살 아이는 아빠 냄새가 그립다며 그토록 좋아하던 공주 옷을 버리고 제 옷을 입고 유령처럼 다녔습니다.


그래도 갔습니다. 정말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휴일도 없이 학교를 갔습니다.


그 아이가 어제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빠가 없는 그 모든 시간을 스스로 이해하며 시간을 보냈을 아이가 너무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그분을 뵙고, 그분이 시간이 안 된다면 죄송하지만 강제를 동원해서라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절대 그렇게 하시지 마시라고. 정말 절대 절대!


그러면 기회주의자로 살라는 겁니까라고 누군가 말씀하실 수 있지만, 저는 다시금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기회주의자라는 말조차 기득권에서 만들어 놓은 말장난이라고요.


그동안 아빠가 없어서 잠을 설친 아이는 이젠 새벽마다 앓는 저의 소리에 잠을 못 잡니다. 그 앓는 소리는 늘 막걸리에 절어 있습니다.


참 못난 저는 저를 위해 새벽 잠을 포기하고 저를 지키고 있는 아이가 끌어올려주는 이불을 받기만 합니다.


오늘도 그 아이 몰래 살려고 막걸리 한 잔 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느낌 카드를 뽑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제가 만들던 그 자리를 떠나야 할 때인 모양입니다.


비참함이 사람을 이다지도 마지막까지 내모는지 몰랐습니다.


떠나기 전에 이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지금껏 저 때문에 비참함의 끝에 서신 모든 분께 사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