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느낌 일기2)

2023.2.9

by 이주형

느낌 일기


어제 뽑은 감정카드는 하루동안 무너진 세상을 걸어야 하는 저에게 길이 되어주었습니다.

땅으로 꺼지려 할 때마다 속으로 외쳤습니다.


'인정하자, 제발 인정해라'


인정이라는 말 앞에는 "현실"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현실 인정하기"


말은 참 쉽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인정(認定)이라는 말이 막연해서 인정해야 할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과연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지?


쓸려고 하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완전히 무너졌을 거라 생각했던 마음이 답답함을 느낄 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다시 시도를 했습니다.

그래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인정함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용기란 상실감 속에 갇힌 저를 구할 최고의 용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용기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용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용기를 잃으니 느는 것은 저급한 핑계뿐입니다. 용기가 핑계에 빠지면 용기는 신파조의 억울함이 됨을 경험이 말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욕도 잘만 하면서 쫓겨나는 그 자리에서는 왜 정식 절차도 밟지 않느냐고 독단과 독선에 대거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형 선고를 받는 죄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저와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 그리고 저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이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혹시 지켜야 할 누군가, 또 무엇이 있다면 저처럼 도망치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그들을, 또 그것을 꼭 지켜내십시오.


오늘은 딸아이의 졸업식입니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저에게 아이는 졸업 선물은 아빠가 다시 예전의 아빠가 될 때 받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유의 씩씩함으로 말합니다.


"아버님, 힘내세요~"


늘 저를 응원하는 딸아이를 위해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숨이 멈출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딸아이의 졸업식장으로 가는 내내 웃음을 얼굴에 그려보지만 슬픈 광대만이 거울 속에서 세상과 등을 돌립니다.


딸아이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용기를 꼭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지만 오늘도 무너진 마음은 좀처럼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용기 없는, 동네북이 된, 썩어서 도려내야 할 대상이 된 제가 오늘 뽑고 싶은 느낌 카드는 비겁하게도 "미안합니다!"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