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기억 3

어머니 숨, 산의 숨

by 이주형

마중 기억 3

- 어머니 숨. 산의 숨 -


"사는 게 뭐라고! 건강하면 뭐든 하고 산다!"


어머니께서 팔십 평생 늘 주문처럼 외우시는 말씀입니다. 그 주문은 당신은 물론 듣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 주문으로 어머니는 몹쓸 암을 이기셨습니다. 그리고 사경을 헤매시던 아버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켰습니다.


최근 어머니의 주문이 더 간절해지셨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뭔가에 쫓기듯 숨 넘어가는 삶을 사는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주문은 간절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 기도가 방패와 창이 되고, 길이 되길 바라시는 어머니의 마음과는 달리 자식의 시간과 생각은 매일 야위어 갑니다. 그럴수록 어머니의 말씀은 더 단호해지십니다.


"사는 거 한 순간이다. 건강하면 뭐든 하고 산다!"


흔들리는 길에 몸을 가누지 못할 때마다 어머니의 주문을 따라서 욉니다. 처음에는 소리를 입 밖으로 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했어라도 뱉어야 했습니다. 아니 뱉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칩니다.


"그래, 사는 거 별 거 있나! 건강하면 사는 거지!"


외칠 때마다 세상 많은 것을 살리시는 어머니의 강인한 숨결이 느낍니다.


모든 시간이 가위눌린 어느 날, 숨마저 턱 막힌 어느 날 산의 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더움이 지속되던 어느 날 여름 소나기 한 자락 지난 산은 하얀 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나도 산을 따라 숨을 쉬었습니다. 그 숨이 좋아 지금까지 산의 품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 가을이 든 산에서 다시 그 숨을 봅니다. 그 숨이 어머니의 숨을 닮았다는 사실을 아는 건 금방이었습니다.


지인의 부고를 접합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부고! 사는 게 뭔지, 산다는 게 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의 놀람과 충격에 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말씀이 숨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 숨 쉬고 살아라! 숨 나누고 살아라!"


어머니 말씀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한가위 환한 대보름달이 온 세상에 밝은 숨을 나누는 추석 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