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수원과 텃밭 일 때문에 부쩍 수척(瘦瘠)해지신 학교장 신부님께서 충혈된 눈으로 물으신다.
교장실보다 밭 아니면 운동장에 계신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라 출근해서 점심시간에나 잠시 얼굴을 뵈는 게 전부인 니로서는 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하시는 일의 거의 전부는 학생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신부님께서는 학생을 위한 일을 계획하고 계셨다.
"지인들한테 우리 학교 학생을 위해 한 달에 만원씩 후원해 달라는 문자 보내고 있다. 분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거다."
그동안 각종학교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교육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교육부, 인권 위원회, 심지어 국회까지 정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담당자와의 통화는 물론, 민원도 수차례 넣었고, 필요하다면 국회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문제와 그리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각종학교 학생들도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결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나라 교육 관련 공무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매몰되어 있어 헌법을 제대로 재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에만몰입된이 나라 정치인에게 소수의 이야기는 소음보다 더 가치 없게 들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벌써 3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정말 많은 학생이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는 수업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공교육을 떠났다. 과연 이런 불행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교육 공무원과 정치인은 알기나 할까.
최근 나는 정말 우습지도 않은 보도 자료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학업중단율 감소”라는 자료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이 자료를 보면 2010년에는 1.06%이던 학업중단율이 4년 연속 줄어 2015년에는 0.77%까지 줄었다고 한다. 감소 이유로 학업중단 숙려제 등을 들었다. 과연 현실은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엔 이 자료는 분명 통계의 덫에 빠진 자료에 불과하다.
숫자의 마법에 빠진 교육 당국자는 분명 이 통계 자료를 보며 뿌듯해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전히 학교폭력이 판을 치고, 학생 행복 지수가 꼴찌인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낯간지러운 자료를 어떻게 내놓을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니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그들도 뭔가 국민들을 안심시킬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책임을 면할 구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나라는 이론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
뒷북 코리아답게 아직도 우리는 골든타임을 놓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장 기간을 기록하고 있는 철도 파업이 그렇고, 대통령 흠집 내기에 바쁜 이 나라 정치는 더 그렇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순간 그것은 재앙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 참사 때 경험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잊었다.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것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지금의 비상사태를 수습할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장을 돌려 영혼 없는 악수를 하는, 오로지 빌미를 잡아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이 나라의 예비 지도자라는 사실은 분명 재앙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정치 재앙, 교육 재앙 등 각 종 재앙에 빠져 이 나라가 존재할지 걱정이다.
잠재적 학교밖청소년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시는 학교장 신부님의 “대안교육 살리기 천만 구좌” 갖기 운동이 꼭 성공하여 이 나라의 재앙을 막는 발판이 되길 기원한다.
※ 경북매일신문
2016년 10월 25일 연재글
<23년 9월30일 오늘의 생각>
신부님의 헌신으로 드디어 내년부터 대안학교도 재정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정부를, 교육부를, 교육청의 생각을 바꾼 것은 학교를 떠나서도 오로지 학생을 위해 희생하시는 신부님의 노력 덕분입니다.
모든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한가위입니다. 하지만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 정작 오로지 학교와 학생을 위해 헌신하신 신부님께는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글을 통해서나마 신부님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학교와 학생을 위해 "천만 구좌"에 가입해 주시고, 기부해 주신 후원자께, 그리고 대안학교 학생을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경상북도교육청 모든 분께 마음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천만 구좌" 운동을 시작할 때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선생, 내가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것은 최대한 빨리 우리 학교에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이제 교육청에서 재정 지원을 해주니 더 이상 후원을 하시지 않아도 된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