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기억 4
- 꿈청지기 -
"(진지한 어조로) 큰 아빠는 왜 선생님이 되셨어요?"
마음속에서 쿵하는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악착같이 매달려 있던 꿈이라는 단어가 툭하고 떨어졌습니다.
"..........'
중학생인 조카의 너무 갑작스러운 물음에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대답 시간이 길어지자 조카아이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지나 않았는지 눈치를 봅니다.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음!"
겨우 한 글자로 말 운을 뗐지만, 다음 말을 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함께 있던 두 아이의 눈빛이 불안에 흔들렸습니다. 그 눈빛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게 어떤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답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했습니다.
그러다 겨우 한마디 하였습니다.
"하고 싶어서!"
말 한마디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얘들아 큰 아빠가 지금 매우 피곤하신가 보다. 우리 나가서 놀자!"
함께 있던 동생이 나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나가자 조용해졌습니다. 나는 '나머지 숙제'를 하는 학생처럼 혼자 방에 남겨졌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조카의 물음에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산다기보다 간신히 살아내는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아이의 질문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이 숨길을 조금 열어주었습니다. 정말 나는 왜 교사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억눌렸던 여러 이아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 교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언제인지?
• 정말 왜 교사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 교사 임용시험에서 수없이 실패했으면서도 왜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 24년 전 첫 출근 날에 스스로에게 한 말은 무엇이었는지?
• 첫 출근 날 교문을 들어설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 첫 출근 날 교무실에서 처음 한 말은 무엇이었는지?
• 첫 수업 때 교실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은 무엇이었는지?
• 만약 신이 있어 다른 직업을 제안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 교사로 산 삶을 후회하지 않는지?
• 지금도 교사가 계속하고 싶은지?
• 교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진짜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시간이 좀 지나고 동생이 들어왔습니다. 하얗게 질린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동생이 물었습니다.
"괜찮아?"
그리고 말했습니다.
"첫 째가 선생님을 하고 싶대. 그것도 국어 선생님을.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해. 시간 될 때 이야기 한 번 해줘!"
교사로서의 나를 지우던 시간의 지우개가 잠시 멈췄습니다. 이이들의 웃음소리가 달처럼 밝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