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기억 5

Why는 기도다

by 이주형

마중 기억 5

Why는 기도다


아이 친구가 왔습니다. 친구는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계 프랑스 대학생입니다. 휴일을 이용해서 서울에서 포항까지 왔습니다.


처음에 외국인 친구가 온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걱정의 뿌리는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다행인 것은 그 친구와는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이라 모든 대회는 영어로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운전만 하면 되었습니다. 혹시나 있을 질문에 답은커녕 이해도 못하면 아이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묵혀두었던 영어 회화 책을 펼쳤습니다. 시간이 지운 기억은 내 의지만으로 되살릴 수 없다는 슬픈 현실에 잠시 절망하였습니다. 그래도 "Hello!"는 알기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프랑스 친구가 오는 날까지 아이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 문장을 준비하고, 또 준비하였습니다. 또 수도 없이 연습했습니다. 번역기에서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문장입니다.


"I am Sieun's father!"


이 문장을 만들면서 저는 저를 수식하고 있던 모든 말을 지우고 온전히 "아버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라는 글자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참 궁상맞게도 많이 울었습니다. 요즘은 말이 마음에 들어오면 눈물이 되어 나갑니다. 그랬습니다, 비록 세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나도 아버지였습니다. 아니 나는 아버지였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프랑스 친구가 오는 당일 포항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라는 문장을 이해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속으로 준비한 단어를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혼자 무슨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아이가 환하게 출구 쪽으로 달려갑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로 옵니다. 나는 준비를 하였습니다.


"Welcome! I am Sieun's father!"

"Hi, father!"


나는 어려운 숙제를 다 끝낸 학생처럼 친구의 가방을 받아 들고 앞장서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주장장까지 가면서 아버지의 보람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차에 탄 두 아이는 영어로 본격적으로 대화를 하였습니다. 간혹 알아듣는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의 대화에서 특히 프랑스 친구의 대화에서 유독 많이 들리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Why?"였습니다. 그 친구는 아이의 말이 끝나면 정말 끝도 없이 "Why?"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Why?"가 안 나올 때까지 답을 해주었습니다.


두 아이의 대화를 보면서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랬습니다. "Why?"는 없었습니다. 챗 GPT 등장 이후 인간에게 필요한 제일 큰 힘은 질문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의 기본인 "Why?"조차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Why?"를 가르치지 못하는 것은 교사들이 "Why?"에 대한 경험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Why?"와 "기도"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은 기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평소 "기도"는 "물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도는 뭔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묻는 것이며, 절대자에게 묻는 것입니다. 그 물음에 대해 답을 듣기 위해서 더 간절히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들을 수 있습니다. 답은 결코 큰 소리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또 답은 정해진 시간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답은 바로 내 안의 울림입니다.


그 울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Why?"입니다. WHY는 삶과 물음의 기본이다. "Why?"는 답을, 더 나은 답을 찾고 만드는 길입니다.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Why?"를 생각하고, 말하는지?

나의 "Why?"는 얼마나 간절한지?

• 나는 다른 사람의 "Why?"를 얼마나 듣는지?

"Why?"에 대한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