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밀도
- 희망 정원 학교-
바람은 어설픈
위로를 모른다
단지 들을 뿐이다
바람이 모습을 달리하는 건
들음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
정원을 돌고 온 바람에겐
땅의 심장 소리가
바다를 건너온 바람에겐
파도의 숨소리가 들린다
나를 훑고 지나간 바람에겐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바람 앞에서 귀를
열어보지만 바람은
텅 빈 쉼표만 남기고
나를 건넌다
잎을 지운 자작나무보다
더 앙상한 한숨소리에
뒤를 돌아보던 바람이
바다를 슬쩍 흘린다
발걸음이 파도를 탄다
파도와 마주한 바람이
다시 정원을 흘린다
빈 쉼표에 바람이 심은
꽃말이 이야기 타래를
풀기 시작한다
이름을 바꾼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