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주문 2
- 류시화 주문 2 -
나무도 쉼표를 찾는다
한 밤중 자신을 찾아온
별들의 의자가 될 때도
중심이 넘어가는 세상을
온몸으로 받치던 바람이
내민 손을 잡을 때도
일방적인 남겨짐에
숨조차 버거운 시간을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숨도 쉬지 않고 전하는
새들의 슬픈 곡조를
여백까지 받아 적을 때도
나무는 어제도 아닌,
내일도 아닌
지금에서 쉼표를 찾는다
그 쉼표 안에서
뒤돌아보려는 자신을
바로 하고 나무는
나무가 된다
숲에서 뒤돌아보는
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