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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파도 그늘

딴지와 딴짓

by 이주형

(시) 파도 그늘

- 딴지와 딴짓 -


나무도 딴짓을 한다


시간이 무료함에 갇힌 날엔

훌쩍 바다를 걷다 오기도 한다

그런 날엔 맑은 파도소리가

나무 그늘을 만든다


시간이 분주함으로 가득한 날엔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 둥지에

별을 슬쩍 끼어두기도 한다

별을 따라 세상으로 나온

새들의 날갯짓마다

별이 눈처럼 내려

세상을 품는다


시간이 중력을 잃은 날엔

나무는 무심하듯 사과를

크게 한입 베어 물고

오래 씹는다 그리고 툭하고

씨앗을 쏘아 올린다


파도가 만든 그늘이

별이 만든 눈이

그 씨앗을 키운다


나무는 오늘도 딴짓을 꿈꾼다

꿈속으로 딴지에 갇힌

나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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