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나무와 코끼리

행성이 되고서야

by 이주형

나무와 코끼리

- 행성이 되고서야 -


나무는 나이테마다

코끼리를 품고 산다


비 오는 날에도

태양을 굴리는


대낮에도 흰 달을

쏘아 올리는


몹쓸 바람에도 뿌리만은

지키는 코끼리는


나무의 숨을 따라 산다


나무 또한 코끼리의

숨을 거스르지 않는다


결코와 절대와 같은

미신 같은 말을 멀리하는

코끼리와 나무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무에 기대어

필사하는 꿈을 꾼다


꿈의 끝에서 나무와 같이

지구를 돌리는 코끼리를

본다


사람을 사랑으로 읽은 죄로

코끼리 코로 지구를 돌던

나는 나무가 만든 우주

나이테의 행성이 되어서야


거칠지 않은 나이테가

없음을 알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