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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식은 커피가

어깃장 꿈에게

by 이주형

식은 커피가

- 어깃장 꿈에게 -


꿈에 치여

밤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잠과 온전히

하나가 된 것은

더 오래입니다


여운처럼 남아 있던

잠마저 꿈에 뺏긴

아침의 마음은 늘

산발입니다


꿈을 털어내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차가운 차 시트가

어깃장 꿈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손이 차에서 밤을 보낸

커피 잔으로 갑니다


입으로 들어오는 식은

커피가 빠르게 몸 안에 있는

꿈의 잔해를 몰아냅니다


뜨거운 커피에서

뜨거움을 지웠을 뿐이지

식어도 커피는

커피였습니다


차갑고 뜨거움은

커피의 수식어일뿐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워도 사랑이고

식어도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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