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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네모 눈물

나무는 둥글다

by 이주형

(시) 네모 눈물

- 나무는 둥글다-


산길에게 물었다


왜 땅에 뿌리를 둔

나무는 둥그냐고


바람이 앞서 가면서

나를 오래 봤다


바람이 지나고 산길이

내게 잠시 앉아서

청미래덩굴과 인사를

하란다 그 열매를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내게 그 열매에

담긴 태양은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나무가 품은

새 둥지 앞으로 데려갔다

어미를 기다리는 새 알을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하늘 소식을 안고

바삐 가는 빗방울을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이 말했다


살아있는 것은

살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다 둥글다고


마지막으로 내 그림자를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그림자가 나를 측은히

올려보면서 말했다


네모지다고


흐르지 못하는

네모난 눈물을 나무의

둥근 역사를 함께 쓴

바람이 나무에게로 힘껏

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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