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둥글다
- 나무는 둥글다-
산길에게 물었다
왜 땅에 뿌리를 둔
나무는 둥그냐고
바람이 앞서 가면서
나를 오래 봤다
바람이 지나고 산길이
내게 잠시 앉아서
청미래덩굴과 인사를
하란다 그 열매를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내게 그 열매에
담긴 태양은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나무가 품은
새 둥지 앞으로 데려갔다
어미를 기다리는 새 알을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은 하늘 소식을 안고
바삐 가는 빗방울을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둥글었다
산길이 말했다
살아있는 것은
살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다 둥글다고
마지막으로 내 그림자를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그림자가 나를 측은히
올려보면서 말했다
네모지다고
흐르지 못하는
네모난 눈물을 나무의
둥근 역사를 함께 쓴
바람이 나무에게로 힘껏
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