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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무 신부

모퉁이 철학

by 이주형

(시) 나무 신부

- 모퉁이 철학 -


나무 곁에서

나무 숨을 따라서

나무 신부로 살렵니다


사람이 만든

모든 문법을 비우고

그 자리에 나무 언어를

온전히 들이렵니다


사람 말에 삶의 마지막까지

가봤기에 나무 언어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 멀미 또한

기쁘게 마중하려는 순간


겨울을 건너는 나뭇가지가

나무가 만든 모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곧은 줄기가 아닌

그 모퉁이가 꽃눈과 잎눈을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세상의

모퉁이가 될 때까지

그렇게 나무 신부로

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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