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철학
- 모퉁이 철학 -
나무 곁에서
나무 숨을 따라서
나무 신부로 살렵니다
사람이 만든
모든 문법을 비우고
그 자리에 나무 언어를
온전히 들이렵니다
사람 말에 삶의 마지막까지
가봤기에 나무 언어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 멀미 또한
기쁘게 마중하려는 순간
겨울을 건너는 나뭇가지가
나무가 만든 모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곧은 줄기가 아닌
그 모퉁이가 꽃눈과 잎눈을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세상의
모퉁이가 될 때까지
그렇게 나무 신부로
살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