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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뾰족한 기도

3월 수선화가

by 이주형

(시) 뾰족한 기도

- 3월 수선화가 -


시작하는 것은

다 뾰족하다


선명한 점일수록

더 뾰족한 연필

끝에서 시작한다


저 땅을 뚫고

나오는 수선화를 보라

살아있는 것들은

저렇게 뾰족하다


뾰족함은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허락받는 기도다


기도하는 손을 보라

땅 위에 첫발을 내딛는

수선화의 촉을 닮은

저 기도하는 손을 보라


없는 듯

아니 마치 그곳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그려가는

저 처음 시작하는 것들의

뾰족함을 보라


뭉툭하다는 것은

잃어가는 것이다

뭉툭함은 억지의

시작이다


뾰족해져라

시작하는 이들이여

기도하는 저 손 끝과 같이

나를 향해 더 뾰족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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