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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사가 산을 키우고

9월 편지

by 이주형

감사가 산을 키우고

- 9월 편지 -


버리라 하시지만

그것이 말씀처럼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잊으라 하시지만

그렇게 잊을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마음에 멍은

들지도 않았겠지요, 더구나

그 멍이 매일 더 독해지지는

않겠지요


다시 살라 하시지만

번뿐인 삶은

이미 당신을 향하였으니,

설령 신이 있어

당신의 소리를 들으시고

또 한 번의 삶을 허락한다 해도

그 삶의 시작 또한 당신이기에

내게 "다시"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그럼, 그렇게 살라고 하시면

네, 늘 그랬듯이 당신의 말씀

길 삼아 그렇게 살겠습니다

모든 선택은 내게서 시작함이니

길에는 오로지 감사함만

있을 뿐입니


감사함으로 키를 키우는

9월 산이 함께 하자며

기쁘게 길을 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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