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으로 중학교 1학년의 역사적 인물 되기

어쩔 수 없는 한국의 학부모 2

by 이주형

10원으로 중학교 1학년의 역사적 인물 되기

- 어쩔 수 없는 한국의 학부모 2 -


"아빠, 10월을 저금했어."


저는 또 놀랍니다. 10월을 저금한다는 생각을 한, 또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의 감수성은 분명 저를 닮았다는 자뻑의 즐거움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할 다음의 거룩한 말씀을 기다립니다.


"나는 역사적으로 대단한 사람이야."


역시 아이는 클래스가 다릅니다. 중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벌써 자신을 역사적 인물과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뛰어난 역사적 인물이 될지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이 역시 저를 닮았습니다.

"왜?"

상대방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또 대화를 능동적이고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것을 보면 아이는 분명 대화의 기술자입니다.

"아빠, 내가 바로 10원을 열 개 모아 100원을 만든 사람이야."

아, 10월이 아니었습니다. 10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10월을 저금한 것이 아니라, 10원을 저금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저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저축성과 절약정신이라는 아이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순간 저의 노후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잘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역사적인 사람이야?"

"10원에 석가모니 탑인가 그게 나오잖아. 내가 그걸 모으니까 얼마나 역사적인 인물이야."

석가모니 탑! 아이는 역시 언어유희 왕, 아니 언어유희 여왕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저의 신분까지 상승시켜주었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여왕의 아버지입니다. 지금까지 아이와 제가 나눈 대화는 왕족의 대화였습니다. 석가모니 탑이 궁금하여 여왕께 정중히 10원을 그려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럼, 10원 그려봐."

여왕께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숨에 작품을 완성하셨습니다.
모두 새로운 10원을 영접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여왕님께서 저를 불러 말씀하십니다.


"아버님, 제가 10원짜리 천 개가 필요하옵니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아이는 분명 엄청난 지략가로 자랄 것입니다. (ㅠ)


런 아이와 함께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 글 : 아빠 * 손그림 : 딸 이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