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6) 시간을 건너는 아버지
아버지의 시집
시간을 건너는 아버지
- 아버지의 시집 -
몰랐습니다
아버지에게도
아버지 이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두꺼운 사전으로도 다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길이 그 시간 안에서 매일 만나고,
또 지워지고, 그리고 새롭게 길을 낸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길은
집과 일터뿐인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가족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은
공부와 잔소리뿐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시집 안에서
길과 길 사이에서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아버지 이전의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이제라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존중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응원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버지의 시집이 풍성해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밤,
아버지의 길 위에서 풍성한 별이
길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