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코로나가 너무 길어. 일억 년이나 지난 것 같아." "일억 년?" "응!" "너, 일억 년이 얼마나 긴지 알아?: "그럼. 알지!"
그 말에 대한민국 학부모인 제 심장은 또 뜁니다. 일억 년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이해해서 국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러면서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가진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그 자랑스러움은 아이 앞에 영재, 또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주저 없이 붙여줍니다.
"그래, 그게 얼마야?"
거룩한 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행복입니다.
"많이!"
"응?" "많다고!" "그게 뭐야.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지!" "아빠, 그냥 많은 거야. 아빠는 그게 문제야. 왜 뭐든지 꼭 정확하게만 말해야 하는 거야. 직업병이야."
역시 천재였습니다. 대단한 분석가이십니다. 제가 갖고 있는 불치병을 찾아서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학부모라는 직업병. 그것은 분명 이 나라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불치병입니다.
아이는 처방전까지 내려주셨습니다. 처방전을 따라 써봅니다.
"아빠, 그냥도 있어!"
대한민국 학부모는 언젠가부터 직업이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자녀 기획사입니다. 기획사라는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기획자의 스트레스는 정비례로 아이에게 다시 갑니다. 기획자와 아이는 스트레에 갇혀 숨조차 제대로 못 쉽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제일 좋은 "그냥"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학부모라는 직업병" 자가 테스트>
* 내 아이가 특별하게 보이십니까? * 아이의 꿈이 내 꿈 안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내 아이는 다른 아이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 내 아이는 내 말을 정말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이를 보면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가 생각나십니까?
* 아이의 말이나 설명이 정확하지 않으면 속이 답답하십니까? * 내 아이의 능력은 대단한데, 아직 그 능력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당신은 "학부모라는 직업병"에 걸리셨습니다. 이걸 읽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합리화이기 때문입니다.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빨리 "그냥"이라는 처방전을 따르십시오. 저는 매일 아이께서 내려주신 처방전을 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