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7) 숨길

살다가 살다가 (이별 시 8)

by 이주형

숨길

- 살다가 살다가 -

살다가 살다가

문득 그리움이 길

위에서 숨 넘어갈 때

그냥, 정말 그냥

조용히, 흔적도 없이

달도 모르게

당신의 불 꺼진 방을

보고와도 될까요


숨소리 들을 수 없지만

그림자는 더 볼 수도 없지만

올려다보는 그곳에

당신이 계실지 어떨지조차 모르지만


그래도 유일한 숨길이니

숨 막혀 죽을 듯 아플 때

길을 방패 삼아

건너에서 당신의 방을 보며

숨넘어가는 내 그림자 잠시

달래고 와도 될까요


혹시나 어둑한 밤

창밖에서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면

그냥 바람이 부는 거라 여기셔요

혹시나 밖이 소란한 밤

흐느낌이라도 들리면

바람이 비를 달래어 지나는 거라 여기셔요


이기적인 이 마음은,

잡아둘 길 없는 이 마음은

오늘도 길 위에서 홀로 숨 쉴 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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