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그림 -
기다림의 꼭대기에
앉았습니다
파도가 마른 등 굽은
사내를 보았습니다
서로 섬일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영원일지는
몰랐습니다
파도는 서서히
그리움을 지웠습니다
그 그리움이 등 언덕에
등대처럼 얹혔습니다
부르지 않아도 오던
파도였지만, 섬은 파도의
그리움이 마르고 있음을
몰랐습니다
그리움이 넘실거릴 땐
섬도 파도였습니다
이제 섬은 등 굽은
사내의 등에 얹힌
그리움의 등대만
그립니다
갈매기가 파도가 사라진
그림 한 장 물고
섬으로 향하지만
굽은 등을 넘지는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오늘도 마른 파도 꼭대기에
앉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