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일화
- 냉장고 일화 -
냉장고가 차려준
밥상을 받았습니다
유예된 찬들이 들어간
역순으로 나옵니다
밥공기엔 마른 한숨만
고봉으로 쌓입니다
날씨가 그리는 마음이
한 자리가 빈 밥상 풍경을
침묵에서 구할 뿐입니다
매일 고온에 시달리는
냉장고를 위한 처방전은
첫눈이었습니다
첫눈 예보만으로도
냉장고가 가벼워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눈이 내려도
혼자인 밥상은 냉장고의
더운 숨을 덜지 못합니다
예보만 무성한 첫눈 소식에
냉장고는 또 분주합니다
밥상 건너 빈 수평선으로
한 사람이 낙조처럼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