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거에 든 정원

뿌리 언어

by 이주형

안거에 든 정원

- 뿌리 언어-


12월 들자 정원은

산문을 활짝 연채

안거에 들었습니다


벽이 꼭 벽이어서 벽이냐며

마음을 기대면 그것이

등이 되고, 벽도 된다고


모든 벽을 허물고

등을 내어준 정원이

세상 향해 가부좌를

틀었습니다


유혹도 때로는

무너지는 나를

다시 세우는 파도임을

정원은 압니다


생채기가 난 가지를

고드름으로 달래는

단풍나무를 품은 정원은

올해를 지우고 지움으로써

내년을 뿌리로 그립니다


12월 정원을 돌아 나온

바람에서 새해 희망가가

들리는 건 회향 시간조차

잊은 정원 마음 때문입니다


안거에 든 정원에서 뿌리는

오늘도 들고남이 자유로운

산문을 엽니다


헛된 기대도, 속 빈 희망도

다 지운 산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