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2) 아버지 소풍
아버지 퇴원하시던 날
아버지 소풍
- 아버지 퇴원하시던 날 -
하늘을 건너던 해가 부재중이라는
말에 걸렸다, 숨이 턱에 찬 건
숫자였다, 손가락이 숫자에 걸려
숫자판 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 통화 연결음이 울렸다
아버지의 말 폭풍이 몰아쳤다
강도는 측정 불가, 정리된 일들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입 안에는
얼음이 얼었다, 이해는 오해를
넘지 못했다
소독 냄새 가득한 시간들이
전화기를 덮었다, 소독되지 않는
말들을 귀는 거부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아버지는 말조차
소독된 시간 속에서 보냈다
고비라는 시간 끝에 핀 이정표에서는
김밥 냄새가 났다, 잎 다 진 감나무
가지 끝에 걸린 시간의 허물에 몸을
맡긴 아버지가 꼬깃꼬깃 접어 둔 소풍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전화기가 나보다 더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