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지막 교복

졸업연정

by 이주형

마지막 교복

- 졸업연정 -


아이는 밤새껏 교복에

몸을 맞추느라 시간을

헤집고 다녔다


교복에 갇힌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숱하게

넘어지고 일어선 이야기를

아이는 마지막 교복에

새기고 또 새겼다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고


아이는 기도문을 외듯

교복과 하나 되는 저만의

졸업 전야제를 치렀다


하지만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난파선 같은

졸업식장은 아이의

마지막 교복 이야기를

특정 대학 합격 학생의

상 잔치를 위한

들러리로 만들었다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는

아이의 모습에 눈이 아팠다


그 모습은 구조를 바라는

졸업 난민 같았다

그 모습은 단상 아래에도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구조 신호 같았다


마지막까지 상으로, 대학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이 나라

비정상의 졸업식장에서

마지막까지 정상을 지키는

이는 역시 학생들이었다


졸업식이 끝날 무렵에서야

아이가 내 눈을 찾았다

아이 눈엔 입춘 소식보다

더 환한 봄 이야기가

새 길을 내고 있었다


마지막 교복에 봄물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