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에 전해준 상장

- 상장과 주례사 -

by 이주형

16년 만에 전해준 상장

- 상장 주례사 -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춥다”이다. 연일 언론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다. 냉동고 한파, 북극 한파, 슈퍼 한파 등 이번 한파를 나타내는 수식어만 봐도 한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얼어버린 바다, 강풍과 폭설로 발이 묶여 고생하는 제주 공항의 수 만 명의 여행객 모습은 이번 한파의 위력을 증명해준다.


(중략)

해오름 달(1월) 끝 무렵에 시작된 기록적인 한파는 뉴스의 메인 기사를 바꾸어 놓았다. 국민을 지치게, 또 분노케 만들던 정치판 사건들이 한파 뉴스에 밀려 메인에서 내려왔다. 정말 속이 다 시원하다. 하늘도 선거법이니, 노동법이니, 그리고 무슨 무슨 당하며 서로 싸우는 정치판 꼴을 더 이상 보아주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시샘달이 시작되기 전에 국민을 더 아프게 하는 모든 정치 이야기들을 꽁꽁 얼려서라도 영원히 세상 밖으로 추방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 제발 시샘달에는 더는 국민의 힘을 빼는 나쁜 정치 이야기 대신 국민을 신명 나게 춤추게 하는 행복한 이야기들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지난 주말 맹추위를 잠시 잊게 하는 행복한 일이 있었다. 그 행복감을 공유하는 마음으로 16년 만에 주인을 찾은 상장 이야기를 잠시 하고자 한다.


지난 주말 나는 결혼 주례(主禮)를 보았다. 신랑은 16년 전 첫 제자. 아직 주례를 볼 연배가 되지 않아 수차례 거절을 했으나 제자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또 16년 동안 너무도 소중히 간직해 오던 상장을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주례를 승낙했다.

신랑은 16년 전 내가 교단에 처음 섰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16년 전 나와 신랑은 모두 새롭게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은 늘 어설프기 마련이지만, 열정만은 최고이다. 나와 신랑은 그것마저 비슷했다. 짧은 머리, 절대 순하지 않은 인상, 그리고 억양 강한 말투 때문에 신랑은 나를 포함해 많은 교사에게 오해를 받았다. 그 오해가 신랑과 나를 제자와 스승으로 이어주었다.

비록 지금이야 제자와 스승은 없고, 학생과 교사만 있다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제자와 스승이 존재했다. 나는 신랑을 통해 절대 사람은 겉모습과 행동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교사의 말 한마디가 한 학생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다.


수많은 오해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확고한 꿈을 위해 노력하던 16년 전 학생에게 나는 꼭 상(賞)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16년 전에는 그럴 위치가 못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럴 위치가 못 된다. 하지만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한 신랑의 지난 시간을 잘 알기에 나는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주례사(主禮辭)를 상장 전달로 대신했다. 주례사를 쓰는 마음으로 상장 문구를 정성을 다하여 썼다.


“위 사람은 스승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너무도 당당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사회인으로 잘 성장해주었기에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이 상장을 드립니다.”


16년 만에 상장을 찾은 신랑에게 하객들은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나는 보았다. 하나같이 힘든 사람들의 모습과 그 힘듦을 이겨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결혼식 후 나는 주문처럼 옹알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 (중략)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국민 여러분, 걱정하지 말고 힘냅시다.


(출처 : 경북매일 http://www.kbmaeil.com 2016. 01.27 이주형 교육 칼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