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주 May 27. 2024

악!(樂)소리 나는 육아

3.우리 아이가 사시라고요?

본격적으로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면서 샘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두 달 쯤 지난 어느 날, 원장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저희가 매일 아이 사진을 찍는데, 아이 눈동자 위치가 좀 이상해 보여요. 혹시 아셨어요?”

사실 나도 느끼고 있었다.

남편도 어릴 적 사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 민감했고, 아이 눈동자를 눈여겨 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의 왼쪽 눈동자 위치가 안으로 조금 몰리는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왜 그랬을까…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의 내 마음 상태는, 쌍둥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에너지가 전혀 없다고 느껴졌다.

나조차도 자각하지 못한 내 마음의 탈진이, 당장 눈앞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제3자인 어린이집 원장님이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주신 것이다.

“네 사실 저도 느끼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직 병원에 갈 생각은 못하고 있었어요”

솔직한 나의 대답이었다.

그날 하원을 하고 바로 동네안과를 찾아갔다.

27개월인 남자 아이가 눈 검사에 협조를 해줄 리 만무했다.

의사는 대충 봐도 사시로 보인다며, 대학병원 교수님을 추천해줬고, 샘이는 대학병원에서 힘겨운 검사를 마치고 안경을 처방받았다.

‘원시에 의한 부분 조절 내사시’

왼쪽 눈동자는 안쪽으로 많이 몰린 상태였고, 우선 안경을 쓰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27개월에 안경이라니… 저 작은 얼굴에 맞는 안경이나 있을런지…

기가 찼다. 속이 상한다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마음이 무너졌다.

안경 렌즈 안에 갇힌 아이의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이 안쓰러웠다.

한두 달에 한번씩 복잡한 대학병원에 가서 안과 검사를 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이는 유난히 협조가 되지 않았고, 검사 해야 할 항목은 버겁게 많았다.

“아이고 이렇게 작은 아기가 안경을 썼네?!”

라고 말을 걸어오는 어르신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여줬구만!!”

TV없는 집에서 책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참견이었다.

“이 다음에 공부 잘~하려고 안경 썼구나?”

같은 말이라도 듣기 좋게 해주시는 센스 있는 말씀이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나이 들어 어떤 말을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어린이집에서 발견된 샘이의 특별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작가의 이전글 악!(樂)소리 나는 육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