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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주 Apr 22. 2024

에필로그

조현병의 사전적 정의는 망상, 환청, 와해된 행동, 정서적 둔마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설명되고, 원래는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이었으나, 이 단어가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조현병으로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조현’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 사전적 정의를 알고 나니 엄마의 병이 시각화 되면서 단순 명료하게 다가왔다.

엄마는 조율되지 않은 현을 가지고 40년을 살았다.

이상한 소리를 냈고,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었고, 누군가 엄마의 몫을 대신 해야만 했으며, 세상으로부터 외면 당했다.

엄마의 그 현이 약을 통해 조율되고, 제 소리를 찾아 세상에 연주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우리는 목격했다.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그만의 단련된 소리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위로하고, 때로는 그 자체로 힘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엄마의 현이 삐그덕 거리는 시간동안 함께 하는 가족들 또한 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조율했고,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제 자리를 찾아내었다.

우리의 연주는 아직 진행중이다. 엄마의 서툰 현을 도와 아빠와 나, 그리고 나의 남편과 자녀들이 인생의 합주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이 이야기가 인생의 조율이 필요한, 아파하는 마음들, 특별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조심스럽게 현을 맞추어 갈 자그마한 용기를 드릴 수 있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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