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휴직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를 채우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매일 걷는 것. 3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산책 시간이 요즘은 두 시간을 맴돈다. 그렇게 10km씩 걷기 시작한 게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평생 습관으로 가져가고 싶을 만큼 걷기가 좋아졌다.
한강을 걸을 때 기분 좋아지고 미소 짓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6시 즈음되면 누가 봐도 퇴근하는 듯한 자전거 탄 사람들이 몰려온다. 출퇴근하는(그런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회사생활도 활기차게 하는 사람들일 것 같다. 바람을 가로지르면서 자전거 타는 그 시간이 그들에게 좋은 기분을 주지 않을까.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가 생기니까.
반려 동물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 그런 나에게 한강의 강아지들은 예상치 못한 기쁨이다. 좋아하는 강아지를 멀리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동물의 세계는 여전히 천성 그대로이고 순수해서라고 한다. 총총 걷고 뛰는 강아지를 보면 마스크 아래로 미소가 지어진다.
바다 같은 한강
한강을 끼고 걸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다. "한강은 바다 같다." 한강을 바라볼 때마다 속이 탁 트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이 자제되고 여행도 못 가는 요즘은 한강이 유일한 위로다. 여행 노래를 들으며 한강을 바라보면 바다에 온 듯하다. 눈에 한 가득 담고 싶어 진다.
작은 행복을 보기 위해 매일 걸으려면 나름대로의 규칙이 필요하다.
일단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일교차가 크다. 낮에는 외투를 벗을 만큼 덥지만 저녁이 되면 날이 차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옷을 입으면서도 '나가지 말까'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러면 옷을 하나 더 껴입고 일단 나온다. 현관문을 열면 성공이다. 밖으로 나오면 30분이라도 걷게 된다.
물을 마시면서 걸어야 오래 걷는다.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물병을 꼭 챙긴다. 한 시간 정도만 걸을 때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오래 걷기 시작하면서 물이 꼭 필요하게 되었다. 물을 중간중간 마셔주면 더 오래 걸을 수 있다. 물병을 들고 걷는 게 귀찮아도 꼭 들고 나온다.
오래 걸으려면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한다.
핸드폰을 보려고 가끔 멈출 때가 있다. 물을 마시려고 멈출 때와는 다르게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원래 속도를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이미 한 시간 이상 걸었다면 갑자기 확 지쳐서 집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랜 시간 멈춰있지 않는다. 2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걸을만하다.
4년이 넘게 회사를 다니다가 갑작스레 휴직을 하고 나니 때때로 불안감이 올라온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기에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이다. 내 불안이 나를 갉아먹지 않도록 더 견고해져야 할 때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충만한 주위를 바라보고 그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면의 불안보다 바깥의 밝음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