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대학[college, 大學]
: 여러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 (출처 : 두산백과)
최근에 독서 모임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대학이 우리에게 준 영향에 대하여. 수많은 영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위의 정의처럼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외에 또 다른 역할은 뭘까. 대학의 가장 기본 역할인 학업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대학교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는 뭘까.
대학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역할 중 하나는 비슷한 사람을 한 데 모아준다는 것이다.
작은 집단으로는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동기들이다. 전공 선택의 이유가 어떠했든 그들은 하나의 공통되는 관심사가 있다. 물론 하향/상향 지원, 부모의 강요 등 개인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원서에 동일한 전공을 적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화할 수 있다. 4년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대학교 졸업장에 동일한 전공이 남으니까. 전공 따라 직업을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은 같은 강의실에 모이게 되고 비슷한 사람을 모아주는 대학의 영향 아래 놓인다. 교육이라는 대학의 기본적인 역할이 끝난 뒤에도 이들이 여전히 비슷한 사람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큰 집단은 대학교 그 자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대학 서열은 학창 시절의 성적 순이라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대학 서열이 있다. 한국이 유독 내신/수능 성적만으로 줄 세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생길 뿐. 학창 시절 성과에 대한 평가의 결과로 대학에는 비슷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게 된다.
상향 지원의 수혜를 얻었다거나 수능은 잘 봤는데 수시에서 납치당했다거나 혹은 수능에서 찍은 게 다 맞아서/틀려서 입학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입시의 예외를 이야기하기 위해 다수가 가지는 의미를 덮을 이유는 없으니까. 비슷한 성적표를 가지고 같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그에 비례하는 성실도를 가지고 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서 성적은 학생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나타내 주는 지표 중 하나이니까.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학교에 정을 두는 이유는 바로 이 비슷함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같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원래 친했던 사람과는 더 깊게, 새로이 만난 사람과는 쉽게 친해지게 된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대학이 있음에도 유독 잘 뭉치고 동문회의 친밀도가 강하다고 느껴지는 몇몇의 대학들이 있다. 그런 결속력을 만드는 데에는 집단 안에 속하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한 몫할 것이다.
자주 만나는 사회의 인간관계보다 며칠 보지 않아도 같은 대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소수가 더 친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익숙함은 진부하지만 안정감을 준다. 대학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역할은 추억의 공유다. 그래서 그들에게 위로를 얻고 공감을 얻는다. 사회의 낯섦과 이질감을 벗어나 학교라는 온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대학의 기본 역할인 학문 탐구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대학은 나에게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