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의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다. 휴직 기간 동안 4월의 날씨를 모를 만큼 무디게 지내서 그런지 출근길의 따뜻함이 낯설었다. 다시 돌아온 공항은 3월의 공항과는 조금 달랐다. 3월의 공항은 봄이 찾아오는 계절과는 무관하게 점점 더 어두워져 갔었는데 5월의 공항은 봄기운이 만연했다. 아니, 오늘은 여름처럼 눈이 부셨다. 마치 질병은 없었다는 듯, 출근길에 저 멀리 날아오르는 비행기가 보였다. 여전히 국제선 주기장에는 비행기가 가득하지만 국내선은 비행기가 뜬다.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괜히 힘차게 경쾌하게 들렸다.
3월 말, 재택근무 시작 전 즈음에 김포공항에 갔을 때는 문을 닫은 공항처럼 고요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여행객들과 공항, 항공사 직원들로 가득했던 식당가는 빈자리만 무성했다. 불과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여행 가방을 든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도착 게이트에는 사람이 북적인다. 사람 냄새가 난다.
가장 큰 변화는 공항을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마스크를 써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3월과는 다르다. 3월에는 사원증을 맨 직원들의 이유를 알 것 같은 슬픈 모습이 전부였다면 5월은 웃음이 많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이들의 얼굴은 밝았고 나 또한 회사 사람들과 웃고 있었다. 내가 항공사에서 일하고 싶었던, 그 여행의 생기가 조금은 다시 생겨난 것 같다.
고작 한 달 쉬었을 뿐인데 출근하기 전 날 긴장이 되었다. 신입 사원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이직하고 첫 출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돌아오니 내 자리는 그대로 있었고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출근한 대부분은 4월을 쉬었고 또 다른 이들은 휴직을 하러 떠났다. 회사는 근무 인원이 줄어 고요하다. 들리는 소리는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소리,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가 전부다.
그동안 나의 업무를 다른 팀원이 대신해주었듯, 나 또한 휴직을 간 다른 팀원의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어려울 것 같았지만 역시 정신 차리면 못할 게 없다. 게다가 회사 상황까지 안 좋으니 한 번 더 꼼꼼하게 보게 된다.
슬프게도 한 번 더 휴직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는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의무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거리두기만 있던 때가 그립다. 사회적 관계없는 개인은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마스크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어서 빨리 오기를.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도 여행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