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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May 06. 2019

안녕 애틀란타!

2014년 7월


대학교 3학년 여름,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미국 조지아주의 조지아 공대(Georgia Tech) 단기 어학연수를 포함해서 두 달간 미국에 머물기로 한 것.

대부분 대학생들의 어학연수는 뉴욕이나 서부 큰 도시로 가기 마련인데 나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엄마 친구 가족이 애틀란타에 있어서 조지아 주로 가게 되었다. 


학교 등록, 기숙사, 항공권까지 모두 내 힘으로 계획한 첫 여행이었다. 공항버스에서 내린 뒤 인천공항 게이트가 열릴 때의 설렘이란. 그런데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 카운터에서 처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예약자 성과 이름이 바뀌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급하게 티켓을 결제한 탓도 있지만 성과 이름을 바꾸어 적었다니. 나름 영어 전공자인데, first name(이름) 과 last name(성)을 구분하지 못한 거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서 구매한 티켓이라 구매처와 통화할 수도 없었다. 그때 미국은 새벽 시간이었으니까. 나를 어이없게 쳐다보던 카운터 직원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내가 한심해 보였을까. 


하지만 나는 그 날 반드시 출국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결국 직원은 미국에 도착해서 입국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티켓을 발권해주었다. 성과 이름이 바뀌어도 출국은 되나 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비행기 티켓의 갯수였다. 분명히 한 번 경유인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미국 내에서 두 번이나 경유해야 했다. 


최종 목적지는 애틀란타였고 환승 공항은 달라스와 마이애미였다. 체크인하는데 티켓을 세장이나 받았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처음 혼자 타는 비행기는 시작부터 힘겨웠다.


그 때 당시 받은 티켓


인천-달라스는 무려 10시간이 넘는 비행이었다. 게다가 나는 5명이 앉는 가운데 줄의 정 가운데에 앉았고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자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을 깨워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적게 움직이기 위해 기내식은 거의 먹지 않았고 물로 목만 축였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내내 울었다. 누가 보면 이민 가는 줄 알았을 거다. 고작 두 달있다 오는 거였는데. 


입국이 거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미국 가는 내내 뜬 눈으로 깨어 있었다.


다행히 미국은 나를 환영했다. 누가 봐도 불법체류할 것 같지 않은 어린 대학생.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도 있고 미국에 친척이 있어 여름방학에 놀러 왔다는 타당한 이유 덕분인지 미국 이미그레이션 직원은 "Welcome to America!"를 외쳐주었다. 여행은 사람으로 기억한다는데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그 나라의 얼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겐 첫 미국이었으니까!


인천 공항은 눈물이었지만 미국은 시작부터 다정했다.





처음 혼자 비행기를 타면서 얻은 교훈


1. 영문 이름 적을 때 성과 이름을 잘 구분하자.

2. 장거리 비행 할 때 경유는 한 번만, 두 번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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